
‘잠금장치’를 통한 기계비평 최근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기계는 디지털 도어락 이었다. 중학생 시절 현관문에 처음으로 설치된 도어락은 0에서 9까지의 숫자들과 샵(#), 그리고 별(*)로 조합된 특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문이 열리도록 해놓은 전자 잠금장치였다. 열쇠를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 열쇠로 문을 열던 때에도 곧잘 벨을 누르던 내게 도어락은 아주 간편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계였다. 비밀번호 8자리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니! 심지어 그 비밀번호는 머릿속에 늘 기억해두고 다니니, 귀찮게 열쇠를 들고 다닐 필요도, 잃어버렸을 때 당황하며 지나온 길을 돌아갈 일도 없는 혁신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도어락이 설치되어있는 집에서 산지 몇 년이 흘러 얼마 전 겨울, 전적으로 이 잠금장치를 신뢰하..
페미니즘 비평 ‘어바웃’레이: 레이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는 제목 그대로 레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남자아이인 레이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담긴 이 영화는 간단하게는 레이가 호르몬 주입시술을 받기 위해 호적상의 부모님에게 서명을 받아내는 것이 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주목할 점은 에서는 레이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레이의 주변 인물들의 서사에도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다. 레이를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는 싱글맘 매기와 레즈비언인 외할머니 돌리, 그녀의 파트너 프란시스와 함께 살아왔다. 후에 그의 가족사는 더욱 복잡해져 인물들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이 사는 곳이 미국에서도 가장 복잡한 ..

산타클로스 설화 속 ‘착한 아이·나쁜 아이’ 신화 분석 12월 말, 1년에 한 번 뿐인 특별한 날 밤, 아이들은 흰 수염을 기르고 붉은 모자와 붉은 옷을 입은 환상의 존재가 자신의 집에 들러 선물을 두고 가기를 바란다. 원하는 선물은 무엇이든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 하지만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착한 아이’일 것. 아이들은 지난 1년, 적어도 지난 한 달간 자신이 얼마나 착한 아이였는지를 증명해야하며, 부모님은 이를 환상의 존재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아이들은 자신이 늘 바라왔던,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들고서 만족에 젖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실망을 감추지 못한 울상을 짓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은 누구나 한번..